어쩌다보니 스몰웨딩을 해버렸다!

어쩌다보니 스몰웨딩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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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스몰웨딩을 해버렸다!

ABOUT

동거 중이던 두 여자가 스몰웨딩을 정신없이 진행해봤던 과정입니다.

(8년전이라 최신 정보가 아닌 점 주의!)

CATEGORY

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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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MPPI MEMBER

YEAR

2025

어쩌다보니 스몰웨딩을 해버렸다!

시작은 보통 가질 법한 그런 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것.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축복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왜 안되지? 그 생각에 갑자기 준비에 착수해서 뚝딱 저질러버린 과정을 공개한다.

(참고로 저는 극P입니다…)

* 8년이나 된 기록이라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대체 어떻게 준비하지?


고민

당시 의식 흐름

장소는 어디서 하지?

대관을 해야겠지…?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관련 업체에 문의를 해보자

사진은 어떻게 찍지?

패키지가 있나? 스냅사진 업체?

하객범위는?

친구나 지인 (가족은 안되겠지…)

식순은?

?????


식순을 내가 짤 수 있을까?

식순대로 식을 진행하는 건 어떻게 하지?

웨딩플래너를 개인적으로 문의해서 찾을 순 있을까?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이 그저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한도 끝도 없어서 무엇이든 결정이 필요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 결과 이 정도의 정보를 찾아냈다. (물론 당시 나의 검색이 미흡했을 가능성도 있다ㅠㅠ)


검색 방향

결과

퀴어 프랜들리 웨딩업체를 찾아보자

실패. 그런 내용이 업급된 업체는 못 찾았다

퀴어 프랜들리 사진 업체는 있지 않을까?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이벤트 업체에 문의해야 하나?

웨딩 진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관은 어디서 하지?

대관 장소는 있지만 가격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


결론: 퀴어 웨딩 전문업체를 찾는 건 포기!



2. 그래서 그냥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결국 당시 스몰웨딩을 하던 여러 업체 사이트를 들어가서 고민하다가, 한 업체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당시 업체명: 웨딧)


2017년 6월 2일(금) 오후 8:51

- 무려 불금 저녁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떨리는 마음으로 내가 보냈던 메일



안녕하세요.

 

홈페이지를 통해 스몰 웨딩 업체를 둘러보던 중 혹시나 하여 문의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퀴어 커플로, 신부가 두 명인 프라이빗하고 소규모인 주례 없는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헤매다가 찾아왔는데 이런 스몰웨딩 디렉팅도 가능한지 가능 여부만이라도 알고 싶어 미리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한 내용이라면 다른 업체를 찾고자 하여 부득이하게 문의를 먼저 드립니다.

 

아무 정보가 없어 그냥 소규모 지인들을 모시고 가볍게 식사 같은 결혼식을 준비하려다가, 그래도 일생의 한 번이니 가능하다면 더 멋진 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문의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이나 가능 여부만이라도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회신  메일이 왔다!!


2017년 6월 2일 (금) 오후 11:06

- 밤 11시에 친절하고 긴급하게 회신을 해주신 업체 대표님… 아아… (11시에 일을…)



안녕하세요, 웨딧 대표 입니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연락 기다리실 것 같아 빠르게 연락드립니다. 

물론 디렉팅은 가능합니다:)



사실 아직 우리나라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두 분 인생에서 중요한 그리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셨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축하하다는 말씀부터 전해드립니다.



가능하신 날짜랑 시간 맞춰서 자세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 정도면 저희도 시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계신 인원수, 지역, 날짜 정도의 정보만 우선 전달해주시면 저희가 미팅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연락 주시고 저희 웨딧을 선택해서 문의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위에 요청드린 정보와 미팅 가능 시간, 날짜만 정해서 연락 주세요 :)



편안한 밤 되세요~


그렇게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한 걸음이 다정한 회신으로 돌아왔을때 얼마나 두근거렸던지. 미팅을 진행하고 계약을 진행하고 업체 선정을 하는 과정 모두가 마치 결혼식같았다.


이런 스몰웨딩 전문업체와 계약하니 좋다고 느꼈던 점은 이랬다. (개인이 느낀점입니다.)

- 업체와의 조율을 담당 디렉터님이 진행해준다. (특히 신부가 두 명이라는 사실도 미리 업체와 사전적으로 논의해서 괜찮은 업체 리스트를 주시니 선택할때 부담이 덜했다.)

-  스케줄과 식순, 음악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을 대신 체크해준다.

- 본식 당일 리허설부터 예식 후 정리까지 전부 맡아준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 서비스가 아니었다면…본식 당일에 과연… 과연…ㅠㅠ)


우리 부부는 창의력이라곤 밑바닥을 싹싹 긁어도 없는 사람들이라 이렇게 업체에게 맡겨버리니 결혼식만 마음껏 즐기고 느낄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현재는 웨딩업체에 의뢰해서 헤테로 웨딩처럼 플래너가 맡아주는 경우도 많이 봐서 그렇게 진행하는 쪽도 추천하고 싶다.



3. 그래서 예산은요?


사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예산이었다. 겁도 났던 것 같다. 대체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 걸까? 그래서 이미 너무 오래 전이라 현재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에 내가 정리한 헤테로 친구W와 나의 결혼식 예산 비교표를 오픈한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8년 전 정보인 만큼 러프한 참고 부탁드립니다.


항목

내 결혼식

헤테로 친구 W의 결혼식

스튜디오/드레스

/메이크업

(속칭 ‘스드메’)

- 각 업체 개별 선정 및 계약

- 스튜디오 생략

- 드레스/메이크업 신부 2인 140만원 내외

(드레스 도우미 등 비용추가 가능)

- 플래너 제안 패키지 계약

- 총 250만원 내외

(드레스 도우미 등 비용추가 가능)

본식촬영 

(사진/영상)

-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 110만원 내외

- 영상촬영 생략

- 60만원 내외

본식 진행 및 장소

- 꽃 장식 업체 별도 계약

- 식순 및 진행 디렉팅 서비스

- 대관처 별도 계약

  * 최소인원 기준 있음

- 총 300만원 내외

- 웨딩홀 계약시 기본 꽃장식 제공

- 식순 진행 웨딩홀 제공

  * 최소인원 기준 있음

- 100~300만원 내외까지 다양

총 예산

550만원 내외

610만원 내외

비고

축의금 및 하객수에 따라 최종 비용 수준은 다양하다 




4. 결혼식 당일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일의 순서는 이랬다.

① 새벽부터 대관처에 도착해서 출장나온 담당자분께 둘다 헤어/메이크업을 받았다.

② 드레스 도우미 분이 도착하면 바로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③ 사회자(내 친구가 맡아줬다)가 도착하면 사회자와 함께 리허설을 한다.

④ 본식 진행!

⑤ 피로연 겸 식사 (대관처에서 코스요리를 제공했다)


드레스로 갈아입자 정신 차릴 사이도 없이 두 대의 카메라가 우리를 찍고 있었다. 리허설을 진행하는 중간중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히면서 둘의 넋이 포로록 나가버렸는데…

신부대기실 없이 몰려오는 하객들을 맞이하며 사진도 찍히면서 동시에 리허설까지 하는 그 시간은 정말 정신을 어디다 뒀던지 아직도 기억이 안난다. (야외결혼식에 맞춰 일부러 풍성하지 않은 드레스를 골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혹시라도 직접 예식의 식순을 만드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당시 진행되었던 식순을 공개하면. (친구는 “멘트 안 만들어줘도 돼. 내 마음가는대로 하겠어!”라고 했지만 내가 묵살했다.)


순서

안내 / 사회자 멘트

시작안내

(안내) 지금부터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하객분들은 자리에 앉아주세요.

개식선언

(사회자) 먼저, 바쁘신 와중 오늘의 예식에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두 명의 신부가 한 분, 한 분 눈 맞추며 인사드리며 곧 입장하겠습니다. 

신부 동시입장

음악

혼인서약

(사회자) 지금부터 혼인서약을 시작합니다.

이로써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맹세를 들어보았습니다.

웨딩링 교환

(사회자)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들이 서로를 배우자로 맞이함에 있어 반지를 교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성혼선언

(사회자) 오늘 이렇게 소중한 지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축사

순서삭제

축가

(사회자) 이렇게 날씨도 좋고 행복한 날에 축가 순서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친구/신부 본인 등] ~~이 직접 축가를 준비해주셨는데요. 긴장해서 실수하더라도 많은 호응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나와주세요.

[축가 후]

이 화창한 날에 의미있는 축가 들려주셨습니다.

감사인사

음악과 함께 목례

행진

음악

폐회사

(사회자) 결혼식이 끝났습니다. 식사 장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결혼식은 이렇게 진행됐고 야외 결혼식이었지만 날이 좋아서 정말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간단하게 기억을 돌이켜봤을때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것은 이랬다.


□ 좋았던 것

- 대관처가 레스토랑이었는데 음식이 모든 하객 분들이 만족할만큼 훌륭했다.

- 스몰웨딩 전문업체의 디렉팅 서비스를 계약해서 본식 당일에 정말 다행이었다.

- 영상 촬영은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가끔 돌려보니까.


■ 아쉬웠던 것

-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에게 억지로라도 축사를 받아낼 것 그랬다.

- 메이크업 하시는 분께 내 립스틱 색을 조금 더 붉은 색으로 해달라고 할 걸 그랬다. (야외 예식이라 내 립 색이 너무 죽은 것처럼 사진이 나와서…)

- 회사에 결혼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신혼여행을 미리 짧게 여름휴가처럼 다녀온 것. 아직도 아쉽다.


동거를 하고 있었던 우리였기에 결혼식 이후에도 생활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꽤 큰 지출을 한 결혼식을 나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예식을 하고나서 부부로서의 마음가짐이 생기고 더욱 소중해지고 함께 하는 미래가 견고해지는 이점이 있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5. 가벼운 FAQ


Q: 드레스나 턱시도 등 대여하는 옷에 제한이 있나요?

A: 저희는 둘다 드레스를 입었지만 제한은 없어요. 비슷한 시기에 결혼식을 하신 커플 분은 한 분이 턱시도를 입었는데 대여도 가능했지만 테일러샵에서 맞춤으로 구매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Q: 신부가 두 명이면 비용도 두 배인가요?

A: 아무래도 드레스를 한 벌만 대여할 때보다는 금액이 추가됐어요. 두 벌을 대여하니 약간의 할인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두 벌 가격이 든다고 생각하고 예산을 잡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이크업&헤어도 신부 두 명 가격으로 책정됐어요. (이래서 웨딩업계가 반기는 퀴어결혼식…)


Q: 스튜디오 촬영? 본식 촬영? 스몰 웨딩에서 사진촬영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A: 저희는 업체를 각각 선정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스튜디오 촬영을 드레스로 입고 진행하기 위해선 두 명의 신부가 드레스를 추가로 몇 번 더 빌려야 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드는 상황이었는데요. 상의를 해서 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에쁜 스튜디오에서 남긴 사진이 있다면 그것도 추억이었겠다 싶어서 그 부분은 10주년 리마인드 웨딩으로 할까 싶기도 해요.

본식 촬영이라고 결혼식 당일에만 활영하는 건 업체와 계약해서 진행했는데 이 부분은 진행하는 결혼식의 형태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스/드/메로 한번에 패키지 계약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진행하면서 퀴어라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A: 네, 저희가 예식을 진행하면서 불쾌함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낄 경험은 한번도 하지 못했었요. 회사에 말하지 못해서 준비과정에서 휴가를 내야 하거나 하면 약간 불편했던 것 정도일까요?


Q: 결혼반지는 어떻게 맞추셨나요?

A: 결혼식 일정에 맞춰서 나올 수 있도록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맞췄습니다. 여자 둘이 웨딩링을 맞추는데도 아주 익숙하게 친절한 응대를 해주셔서 별 문제없이 예쁜 반지를 맞출 수 있었어요. (과연 자본주의의 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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